시간을 정의하는 방식은 제각각이지만, 온도를 낮춰 분자의 운동이 느려지면 시간도 천천히 간다. 온도가 낮아지면 물은 얼어 얼음이 되고, 분자의 움직임은 극도로 통제된다. 점점 온도가 낮어져 모든 물질의 움직임이 멈추는 온도는 -273.15도, 0 켈빈이다. 인간은 다양한 방법을 통해서 낮은 온도로 냉동하는 기술을 개발했고 그 욕망은 ‘시원함과 뽀송뽀송함’ 이상의 것을 포함하고 있다. 냉동기술은 시간을 통제한다.
이번 호 에피는 바로 이러한 냉동기술에 주목한다. 냉동기술은 차가움을 구현하는 기술이면서도 동시에, 그 저온을 통해 인간이 통제하고 싶은 ‘온도 너머의 것들’을 잘 보여주기도 한다. 우리는 우리의 식탁도 통제하고 싶지만, 동시에 생명도, 시간도, 더욱 강력한 컴퓨팅 파워도 통제하고 싶어한다. 생생히 살아있는 우리의 몸이 감쪽같이 얼었다가 해동될 수 있는 미래가 온다면 우리는 지금의 사회를 살 것인가, 혹은 미래 사회를 만들어갈 인류들에게 베팅을 하며 수면에 들 것인가? 양자역학 세계의 불확실성까지도 극저온으로 통제할 수 있는 세상이 온다면, 인간의 연산 능력은 얼마나 더 진보할 것인가? 인공지능은 얼마나 더 빨리 발전할까?
살을 에는 추위에 롱패딩과 목도리로 무장한 군중들이 발걸음을 재촉하는 겨울이 왔다. 추위는 괴롭지만, 그 추위에 대한 상상을 인간이 인위적으로 더 극한까지 몰아붙여 더 많은 욕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되었다. 따뜻하게 되살려 낸 냉동만두를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호호 불어 먹으며, 꽁꽁 얼어붙은 것들이 보여주는 인간 사회의 숨겨진 이야기, 인간이 보유한 유일한 타임머신, 냉동기술의 세계로 독자 여러분을 초대한다.
들어가며 | 냉동으로 시간을 멈추려는 욕망의 인간사 | 전준
숨 EXHALATION
영하 196도에서 영상 37도까지의 거리 | 이은희
거시적 양자세계―온도를 낮추면 보이는 세계 | 최형순
저온에서 살아남는 미생물―얼음 속의 숨결 | 김옥선
얼어붙은 욕망의 역사―냉동기술이 만든 SF의 상상력 | 정서현
냉장고 속의 과학: 냉동과 해동의 레시피―오뚜기 인터뷰 | 전준
갓 ANSIBLE
[이 계절의 새책]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달리기의 마법 『달리기 인류』 | 정인경
[과학이슈돋보기] 변화를 향한 행동을 요청하는 세계, 한국은 답하고 있나 | 윤신영
[과학뉴스전망대] 소형 모듈형 원자로(SMR), 원전 르네상스의 주역 될까? | 오철우
[글로벌 기후리포트] 산불 최절정 ‘화재 적란운’, 국내서도 첫 목격 | 신방실
[과학자의 행장 OBITUARY] 제임스 듀이 왓슨 | 이영완
터 FOUNDATION
[현대미술, 과학을 분광하다] 손끝으로 더듬는 세계의 틈―균열에서 이어지는 관계를 감각하는 일 | 이지양
[음악, 그리고] #8 인공지능, 음악적 영감을 갖다 | 장재호
[과학, 무대에 오르다] 다세계로부터 | 박해성
[에세이] 제인 구달 박사님을 떠나보내며 | 최재천
[에세이] 호모 비아토르의 꿈 | 김한별
길 FARCAST
슬픔에 갇힌 사람들, 지속성애도장애 | 신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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