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잡지 에피 31호 ‘대통령과 과학’은 최고 의사결정권자인 대통령이 과학에 대해 갖는 관점과 그에 따른 영향을 다룬다. 오동훈은 현대 한국 과학기술 시스템의 청사진을 만든 설계자로 꼽히며 ‘과학기술 대통령’으로 불리는 박정희 대통령의 과학관이 한국 과학기술에 미친 영향을 짚었으며, 이종식은 바람직한 과학이란 무엇인지 재정의하고 과학을 둘러싼 사회적 규범과 제도를 일신했던 혁명가 마오쩌둥의 ‘군중과학’을 살폈다.
이은경은 경제, 사회 정책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영국 대처 정부의 과학 정책을 연구 민영화와 과학 연구 상업화를 중심으로 설명했다. 강호제는 모든 생산공정을 기계화하고 이를 컴퓨터로 자동 조종하는 CNC 기술 관련 정책을 사례로, 국방력이자 생산력의 근원으로서 과학을 생존의 도구이자 번영의 수단으로 보았던 김정일의 과학관을 살폈다. 이관수는 소련과의 경쟁 속에서 ‘전략방위구상’ 정책을 통해 국방 R&D 예산을 높게 책정하고 비국방 R&D 예산은 삭감했던 레이건 정부의 사례를 다양한 갈래를 통해 예각적으로 짚어냈다.
송성수는 소련이 세계 최초 인공위성을 발사하는 데 성공하면서 미국이 받은 ‘스푸트니크 충격’을 균형을 테마로 침착하게 과학기술을 활발히 지원해 미국 사회에 드리운 불안을 잠재웠던 아이젠하워 대통령의 과학기술정책 정비 과정을 소개했다. 박진희는 독일 최초 여성 총리이자 과학자 출신인 메르켈 총리를 사례로 사실과 증거에 기반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태도를 지닌, 과학자로서 훈련받은 정치가가 수립한 과학기술 정책의 빛과 그늘을 제시했다. “대통령에게 과학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출발해 에피 31호가 살펴본 국내외 여러 대통령의 사례는 대통령이 과학의 모든 것을 좌우하지는 못하지만, 과학도 사회의 일부인 만큼 사회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대통령과 과학이 서로 깊이 연관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